물러서기

2009/07/06 16:15 from 살롱
1.

올해 말 전세 계약이 끝난다. 관리비가 저렴한 아파트로 이사하려고 계획은 짰는데, 아직 뚫리지도 않은 지하철 덕분에 동네 전세가가 많이 올랐단다. 
집 살 생각 없이 전세로 가볍게 살련다고 했을 때 (돈도 없지만 부동산 시세를 알기 위해 발품 팔 기력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열이면 열 모두 후회할껄~ 하고 콧방귀 뀌더라. 조만간 항복하고 생각 바꿀 확률이 보인다.   
아무튼.... 이 넓은 서울에 고층 아파트가 저다지도 빽빽이 들어차 있는데, 아직도 집이 부족한 것이냐? 
집값 전세값이 해마다 오르는 이유를 이해 못하겠다. 아님 내가 이해하길 거부하고 있거나.
장기 전세 아파트를 내놓으란 말이닷! 그럼 최소한 나같은 사람은 집값 상승에 기여 안할 거 아니냐고오...    

2. 
자기 자신을 똑바로 볼 용기도 능력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비겁한 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싫은 일이다. 
무슨 뜻인지 묻지 마시라. 똥 밟은 느낌. 시궁창에 철벅~ 헛디딘 느낌. 느닷없이 오물 벼락 맞은 느낌...
거기 있었던 내가 잘못이다... ㅠ.ㅠ

3.
일들을 지나치게 벌려놓은 결과 힘겨워지기 시작. 잔가지를 쳐낼 때가 됐다.  
아까워도, 덜 중요한 항목부터 정리하고, 단촐하고 빈둥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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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부터 보시지요. 왼쪽 녀석은 동그랗고 심술 첨지 같아 보이는 볼살 덕에 "찐빵", 오른쪽 녀석은 다투다 다쳐서 생긴 흉터에 털이 안 나고 허여멀건한 밥풀 한 알 붙어 있는 것처럼 보여서 "밥풀"이란 별명이 생겼습니다.  

괴수영화 찍는게 아니라 하품하는 거고요, 철퍼덕 퍼질러 앉아 지 똥꼬 핥기를 좋아합니다. "이 결혼 난 반댈세" 포즈.

잠잘 때도 개성 있게 주무시죠. 

뚱땡이 고양이 방지 차원에서 작은 캣타워에 2m 넘는 걸 더 이어 붙였습니다. 나사로 천정까지 고정시켰지만 이놈들이 뛰고 타고 오르면 흔들흔들 하지요. 앉은 높이가 딱 서열 순입니다. 가끔 밥풀이 컨디션 난조일 때 바뀌기도 합니다. 

동물 사진 찍어 본 분들은 압니다. 카메라에 눈 맞추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그것도 여러 마리가 동시에 찰칵 하는 순간 카메라를 보도록 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는 걸. 
비결이 뭐냐굽쇼? 걍 우연입니다. 하하.

누님이 일하느라 바쁘실 땐 와서 놀자고 앵앵거리지 말란 말이다 이놈들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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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덴 3 블로그 주인장 월덴지기 님의 북크로싱(책 돌려읽기)을 통해 읽은 책. 
이사짐 싸면서 책을 더는 안 사겠다고 결심한 것도 있고 (반만 지키고 있지만 ^^;) 우편요금만으로 돌아가며 재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듯해 (출판사와 작가에겐 미안한 일이려나? ^^;;). 월덴지기 님의 북크로싱에 대해서는 http://walden3.kr/918 참고.


기억상실증인 어떤 남자가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지만 <본 아이덴티티> 류의 스릴러나 추리소설은 아니다. 끝까지 주인공과 함께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 주인공이 기억을 잃어버린 시점이 2차대전으로 설정되어 있다. 유럽 사회가 2차대전을 통해 (그들이 사는 땅에서 일어난 최후의 큰 전쟁이다. 현재까지는.) 겪어낸 상실감과 단절감이 반영된 듯. 1978년 공쿠르 상을 받았다니까 30년 전에 나온 소설이다. 주인공이 동유럽 출신으로 전쟁 때 기억을 잃고 서쪽으로 흘러들어온 외국인일 거라는 암시는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는 듯하다. 그 시절 동유럽이란 갈 수 없는 폐쇄된 곳이었으므로. 고향에 돌아가려 떠돌지만 고향에 닿지 못하는 오딧세이 이야기 같다. 

굳이 갖다 붙이자면,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에게 낯선 이방인 같은 존재고, '정체성'이라는 게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하나 벗겨나간다고 구체적인 뭔가가 나오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같다.  


이 소설의 원문 프랑스어 문장은 간결하고 압축미가 있었을 것 같다. 이런 문장은 보통 진하고 강렬해서 읽으면서 몰입하기가 쉽다. 단단한 근육질 청년 같아서 매력적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문장이 번역을 하면 아쉽게도 잘 살아나지 않는다. 번역 문제라기보다 번역으로 그 맛을 살리기 어려워서다. 예전에 <토지>의 독일어 번역을 읽으며 소설의 분위기가 대단히 음울하고 기괴하고 말할 수 없이 갑갑한 느낌을 받았다. 사주팔자 타령이 몇 페이지 건너 한번씩 자주도 나오는데 한글로 읽을 때는 그걸 깨닫지 못했었다. 그런데 신세한탄이 사주팔자 타령으로 이어지는 내용이 반복되는 걸 독일어로 읽으니 점점 이상한 기분이 되었다. 그것이 번역자가 그 책에서 받은 느낌이었을지도.

촌수가 가까운 언어끼리의 번역은 문체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지 않지만 (예컨데 일한 한일 번역이라든가 영독 독영 번역) 서구 언어와 한국어는 촌수가 멀어도 한참 멀어서, 원문을 읽을 수 없는 이상 문체와 분위기의 변형을 감수할 수 밖에 없지 싶다.
영한 번역이라면 노하우도 쌓여 있는 편이고 인력풀도 많아 전문 번역자로 이름 있는 분들도 꽤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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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부인 입문하시다

2009/05/05 11:37 from 살롱

올해는 새로운 도전이 많은 해입니다. 다니던 길로만 다닌다는 토끼 같았던 제 삶의 방식을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죠. 
직업을 바꾸기로 한 것. 또 검도를 배우기 시작한 것.  


대입 시험 볼 때 "체력장"이라는 게 있었죠. 만점이 20점이었습니다. 100m 달리기, 오래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철봉매달리기, 멀리던지기, 넓이뛰기 6종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팔다리만 제대로 움직여도 만점은 누워서 떡먹기라는데, 대입체력장 만점 못받은 극소수 몇 명(60명 중 두세명 있을까 말까 하는) 중 한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100m를 20초에 뛰는 실력이었다니까요. 하하... 

이런 제가 검도 같은 격한 운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헬스나 요가나 수영 코스를 끊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단 말입니다... 작년에 독일 있을 때 브라질 격투기 카포에라에 마구 끌렸었는데 (그 현란한 발기술 @@)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죠. 안경이 걸려서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데요. 카포에라가 궁금하시면 클릭 http://photo.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3/15/2009031500252.html

그러고 나니 검도가 끌리더군요. 그냥 멋있어 보이더이다. 내가 칼 휘두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혼자 좋아하다가... 마침 집 근처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스포츠 센터에 검도교실이 문을 열었대요. 불문곡직 걸어 들어 가버렸습니다.   


어제 저녁이 첫 시간이었습니다. 칼 빼기와 넣기, 칼 들고 앞뒤로 좌우로 걷는 법, 네 가지를 배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죽도 내려치기를 배웁니다. 아~ 수요일 저녁까지 어떻게 기다립니까~ ㅎㅎ  이렇게 설레여보기도 간만이예요. 다음 시간엔 운이 좋으면 제 이름이 써진 도복과 죽도가 도착할 겁니다. 흐흐~~~

조만간 "검도부인" 카테고리가 새로 등장할지 모릅니다. 우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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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다. 
실패할 기회를 달라고 멋있게 말해 놨지만
실패는 싫다. 당연한 거 아냐? 

교차로에서 방향을 틀다. 새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 공부는 어쩌고 또...
"상식적"인 사람이면 이렇게 반응함이 당연하므로, 혼자 조용히 시작해 버렸다. 

심리치료자가 되려고 한다. 대학원 입학을 준비한다.  
자금 문제는 돈 버는 사람과 협의. 등록금 내주면 노후보장 책임지마고.... 진짜? ^^;;;

3년간 붙들고 있던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용기를 냈지만... 불안하다. 
시험 떨어지면 창피한데... 부터 시작해서
적지 않은 나이를 디미는 것도
나는 좋다고 해도 받는 입장에선 불편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똑같은 의논을 다른 사람이 해온다면
일 벌리기 전에 걱정부터 하덜 말고, 걱정할 시간 있음 공부를 해라...
똘똘이 스머프처럼 굴었을 것이지만
자기 문제가 되니까 간뎅이가 콩알만큼 빈대만큼 내려앉는 건 도리가 없네... --;

그대 조그만 걸음과 원대한 비행에 행운이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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